카지노 도박 빚이 부른 참혹한 결말

“우리 가족은 끝났다.”

9년 전인 2016년 3월 2일. 대구 서구에 있는 한 주택에서 모녀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살인 용의자는 남편이자 아버지인 박모씨(당시 46세)였다.
평범했던 가장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범행 후 목숨 끊으려 시도…살아남자 다시 투신
사건 당일 새벽 박씨는 아내(40)와 딸(15)을 흉기로 살해했다. 이후 오전 11시20분쯤 강원 정선군 한 도로에 빌린 승용차를 세워두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약 4시간 뒤 현장을 지나가던 인근 공사장 인부들은 박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숨이 끊어지지 않았던 박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원주시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박씨는 응급실에서 치료받던 중 의료진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오후 8시30분쯤 병원 8층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려 숨졌다.

경찰이 조사를 위해 가족과 함께 사는 집으로 찾아가면서 단순 변사자로 처리될 예정이었던 박씨는 살인사건 용의자가 됐다.

거실에는 흉기에 각각 10번 넘게 찔려 피 흘린 채 숨져있는 박씨 아내와 딸이 있었다. 숨진 박씨 승용차에서는 ‘가족한테 미안하다. 2016년 3월 2일 우리 가족은 끝났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우리 가족은 끝났다”…도박 빚이 부른 참혹한 결말

용접공이었던 박씨는 아내와 딸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가장이었다. 그러나 도박 게임에 빠지면서 사채를 쓰기 시작했고, 아내와의 사이는 점점 나빠졌다.

경찰은 박씨가 가정불화를 겪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친인척은 경찰 조사에서 “박씨가 도박에 빠져 월급을 가져다주지 않는 등 가정을 거의 돌보지 않아 부부싸움이 잦았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 박씨가 빌린 승용차가 발견됐던 곳도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가까운 도로였다. 박씨 소지품 중에서는 카지노 입장권이 나왔다.

경찰은 박씨가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곧바로 강원 정선군으로 향한 걸 보면 평소 카지노에 자주 출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씨는 과거 사업하면서 빚을 많이 진 데다 ‘바다이야기’ 등 도박 게임에 빠져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채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박씨는 범행 직전 3주간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사건 며칠 전에는 직장에서 200만~300만원을 우선 지급받았다.

경찰은 박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